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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의 향기

큰 웅덩이의 물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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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양사 작성일21-10-21 11:22 조회9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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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웅덩이의 물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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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현묘한 이론을
다 갖추고 있어도

그것은 마치 넓은 허공에
터럭 한 오라기를
날리는 것과 같고,

세상에서
가장 높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마치
큰 웅덩이에
물 한 방울 던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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窮諸玄辯 若一毫置於太虛
궁제현변 약일호치어태허


竭世樞機 似一滴投於巨壑
갈세추기 사일적투어거학


- 덕산(德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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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선종사에서 가장 빛나는 기연의 주인공
덕산(德山, 782~865) 스님의 오도송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든 삶을 불사르면서
흘린 회한의 눈물이기도 하다.

선가에서는 흔히
임제할(臨濟喝),
덕산방(德山棒)으로 불리는
선종사의 거목
덕산 스님의 깨달음을 표현한 말이면서,

불교에서 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어떠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덕산 스님은 일찍이
지금의 사천지방인
서촉(西蜀)에 있으면서
금강경을 깊이 연구하여
자신의 가풍을 크게 드날리었다.

성이 주(周)씨이기 때문에
세칭 주금강(周金剛)
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세상에서 자신이
불법을 가장 많이 알고
가장 깊이 안다고 여겼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이었다.


그러다가 당시에
남방에서 교외별전인 선이 성행하여
교학을
전적으로 무시한다는 말을 들었다.

덕산 스님은 발끈하여
그들은 불법의 마군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서 깨트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동안 저술한
금강경 논문들을 짊어지고
남방으로 내려갔다.

여러 날을 여행한 끝에
예양이라는 곳에 이르렀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
요기나 할까 하고
떡집에 들어가서 떡을 사먹으려는데
떡장수 노파가
스님의 걸망에 든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스님은 자신이
여기까지 온 경위를 설명하고
기고만장하게
금강경의 논문이라고 대답하였다가
명색도 없는 노보살에게
여지없이 박살이 났다.

그리고 노파의 안내를 받아
용담원의
용담숭신(龍潭崇信, 782~865)
선사를 찾게 되었다.


그날 밤 용담 선사께
가르침을 청하여 듣다가 밤이 깊었다.

용담 선사가 밤이 깊었는데
물러가서 잠을 자라고 하였다.

덕산 스님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캄캄합니다.”라고 하였다.

용담 선사는 초에 불을 붙여서 건넸는데,
덕산 스님이 받으려는 찰나에
입김을 확 불어서 불을 꺼버렸다.

덕산 스님은
이때에 곧 크게 깨닫고 절을 올렸다.

그리고
“제가 오늘부터
천하의 노화상(老和尙)들의 말씀을
의심치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 다음날
용담 선사는 법좌(法座)에 올라,

“여기에 사람 하나 있으니
이빨은 마치 칼을 꽂아놓은 숲과 같고
입은 마치 피를 담아놓은 동이와 같다.
후려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뒷날 높은 봉우리에서
나의 도를 크게 드날리리라.”

고 인가하였다.


그리고 덕산 스님은 지고 갔던
금강경 논문을 법당 앞에서 불사르며
위에서 소개한 게송을
그 큰 입으로 산천이 떠나가게 읊었다.

그 동안 덕산 스님이 익힌 것은
다만 어지러운 사량 분별이며
잡스런 지식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용담 스님의
촛불을 꺼버린 기연(機緣)을 통해서
비로소 지혜의 눈을 떴다.

지식과 지혜의 다른 점을
깊이 사유해야 할 부분이다.

그후 덕산 스님은
육조혜능. 청원행사, 석두희천,
천황도오, 용담숭신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계승하였다.


덕산 스님은 촛불을 꺼버린 일에서
얼마나 거대한 세계를 보았기에
현묘한 이론,
즉 가장 높고 깊은
학문적인 이론과 사상들을
모두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마치
넓은 허공에다 터럭 한 모라기를
날리는 것과 같다고 하였는가.

또, 얼마나 높은 경지에 올랐기에
세상의 천자나
부처나 신이나 신선의 지위마저도
마치 큰 웅덩이에 물 한 방울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하였는가.


그의 깨달음은 천하를 다 덮고
우주를 다 감싸고도 남음이 있다.

그의 기개는
천하의 어는 누구도 당할 자가 없다.

그래서 누구든지
근처에 얼씬거리기만 하면 방을 후려친다.

덕산 스님의 방은 몽둥이가 아니다.
법이며 선기(禪機)며
우주를 꿰뚫는 유성 같은 지혜의 빛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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