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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의 향기

병든 스님을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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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양사 작성일21-10-26 03:09 조회9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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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스님을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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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을 찾아
깊은 얘기 나누다 보니
실로 마음이 아프도다.

몇 해가 지나도록
홀로 열반당에 누워있네.

문 앞에는
지나가는 나그네 없고
창문에는 종이마저 떨어졌네.

화로엔 차가운 재만 있고
앉을 자리에는 서리가 끼어있네.

병이 든 후에야
이 몸이 고인 것을 비로소 아나니
건강할 때
열심히 남을 위해 도우라.

노승은 스스로
편안한 도리가 있어서

여덟 가지
고통이 옥죄어 와도
전혀 방해롭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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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舊懷論實可傷
방구회론실가상

經年獨臥涅槃堂
경년독와열반당

門無過客窓無紙
문무과객창무지

爐有寒灰席有霜
노유한회석유상

病後始知身自苦
병후시지신자고

健時多爲別人忙
건시다위별인망

老僧自有安閑法
노승자유안한법

八苦交煎總不妨
팔고교전총불방


- 굉지(宏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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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굉지정각
(宏智正覺, 1091~1157) 스님은
대혜(大慧) 스님과 더불어
송나라 때 선종을 대표하는 선사로서
조동종(曹洞宗)의
묵조선을 대성시킨 분이다.

큰 총림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대중들을 거느렸기 때문에
병고를 앓는 사람들에게도 각별했나 보다.

언제나 따르는 제자들이
1천 2백 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그의 덕화가 대단하였던 것 같다.

글의 제목은

“병든 스님을 살펴보다[省病僧].”

라고 하였다.


중국의 총림 사찰에는
열반당이라는 집이 있다.

또 우리나라 사찰에도
병자가 요양하는 간병실이 있다.

열반당은
병이 위중한 환자들이
죽음을 기다리면서 사는 곳이다.

그러한 열반당에서
여러 해를 살고 있는 도반을 찾아가서
허심탄회 이야기하다 보면
실로 참담하고 마음이 많이 아플 것이다.


그 열반당의 정경이라는 것이
게송에서 말한 대로
문 앞에는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고
문종이는 찢어져서 바람이 들어온다.

화로에 재는 싸늘하게 식어있고
앉을 자리에는 서리마저 끼어있다.

총림의 모든 대중들이
다 거쳐 가야 할 열반당인데도
상황이 그와 같다.


사람은 병이 들어야
이 몸뚱이가
고통의 덩어리라는 것을 비로소 안다.

모두들 건강할 때
열심히 아픈 사람들을
잘 보살펴 드리라고 권하고 있다.

『범망경』에도
병자를 보고 간병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일이라고 계율로 제정하였다.

또 복을 짓는 데도 여덟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간병하는 복이 제일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굉지 스님
자신은 생사를 초탈하여
편안한 삶의 길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생, 노, 병, 사 등의
여덟 가지 고통이 몰려와도
결코 자신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하였다.

불교의 궁극적 목표는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약간의 병고가 문제된다면
수행자라 할 수 없다.

병고에 시달리어
자신의 본분을
잃고 있는 도반을 볼 때
선지식으로서
측은하기 이를 데 없었을 것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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