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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의 향기

허공만 싣고 돌아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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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양사 작성일21-11-16 03:18 조회8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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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만 싣고 돌아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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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낚싯줄을 곧게 드리우니

한 물결이 막 일어남에
일만 물결이 따라 일어나도다.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가워 고기가 물지 않으니

달은 밝은데
배에 가득히
허공만 싣고 돌아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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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尺絲綸直下垂 一派纔動萬波隨
천척사륜직하수 일파재동만파수

夜靜水寒魚不食 滿船空載月明歸
야정수한어불식 만선공재월명귀


- 야보도천(冶父道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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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금강경오가해』의
야보도천 선사의 게송이다.

야보도천은 당나라 때 스님이나
생몰년대가 자세하지 않다.

글이 워낙 명문이며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아서
사찰에서
아침종성을 할 때 반드시 읊조린다.

『금강경』에서

“최상의 깨달음에 대한 마음,
즉 불교에 대한 마음을 낸 사람은
모든 법에 대해서
어떤 견해도 갖지 말라.

온갖 견해란
실은 견해가 아니고
그 이름이 견해일 뿐이다.

법이라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
법이라는 생각을 내지 말라.”

라고 하였다.

그것에 대하여 야보 스님은

“밥이 오면 입을 벌리고
잠이 오면 눈을 감는다.”

라고 착어하고
이어서 이 게송으로 부연하였다.

모든 것이 저절로 그러한데
굳이 법이라는 생각을 내지 말라.

다듬을 것도 없고
손댈 곳도 없는
완전무결한 존재라는 뜻이다.


어떤 뛰어난 법으로써
중생을 제도한다고는 하지만
좀더 달리 보면
공연히 조용한 연못에
낚싯줄을 드리워 물결만 일으킨 격이다.

그러므로
법이라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한다.

물이 차가워
고기가 물지 않는다고는 하나
만약 고기가 배가 고프면
물이 차갑다고 해서 물지 않겠는가.

고기가 물지 않는다는 말은
배가 부르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들,
모든 생명들을
이처럼 높이 찬탄한 글은 일찍이 없었다.

이 사실을 아는 일이 불교다.


그렇다고 해서
부처님이나 조사들이
중생들을 제도하겠다고
법을 설하는 일이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모든 사람, 모든 생명들이
그대로 완전무결한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돌아오는
그 마음은 텅 빈 배에
허공만 가득 싣고
달 밝은 밤에 돌아오는 것과 같은
절묘한 아름다움이다.

이 네 구절에
이러한 의미를 다 담고 있어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애송해 온 명구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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