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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서옹스님

서옹스님 법문집 [사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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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양사 작성일21-03-19 06:49 조회1,5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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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정신을 맑게 하는
서옹 큰스님 법문집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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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옹스님 법문집 [사람] 38.

도적, 도적이여


만물이 무성하게 성장하는 여름철을 맞이했다.

우주만물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함께 살고 서로 해치지 않는 것이
생명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생명의 원리를 거역하고는
어떠한 문명도 궁극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문명은
그러한 생명의 원리를 거역하고 있으며
그 병폐가 이미 여기저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 과학문명이 이대로 발전해 나가고,
그 원리를 바탕으로 역사를 창조 한다면
인류는 결국 멸망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과학문명을 창조하는 원리를
어떻게 개발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늘날 매우 중요하고도
근원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야스퍼스에 의하면
2,500~3,000년 전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변천할 무렵에도
오늘날과 같은 큰 혼란기가 있었다고 한다.

부족을 이루고 사냥을 하며 살다가
농업이 발달하여 마음을 형성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 살게 되자
기존의 질서로는
도저히 사회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혼란 속에서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여러 선지자가 그런 혼란을 잠재우려고 나타나
가르침을 주셨다.

부처님께서는
참다운 인간상, 올바른 인간상을 깨우치게 하시고,
대자대비한 마음과 자유자재한 삶을 가르쳐 주셨다.

또 공자는 인의(仁義)를 주장하여,
어진 마음으로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하였고,
유대의 대선지자 이사야는
사랑을 주장하며 질서를 잡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오늘날은
농경시대가 아니라 공업시대이다.

과거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의 변환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있다.

과학문명은 발달했지만
과거의 전통과 유산이 모두 무너져 버려
사회가 늪에 빠진 것이다.

또 과학문명을 창조하는 원리가
욕망에서 비롯되어
“대 자연을 지배하자”,
“욕망을 이루기 위해 투쟁하자”
는 원리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모든 대립을
투쟁으로 해결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류의 멸망을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욕망이 바탕이 된
과학문명의 원리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학문명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일생 동안 연구한 철학자인 야스퍼스는
이러한 문제를 주장했다.

야스퍼스는
부처님과 용수보살에 관한 저술을 할 정도로
불교연구를 많이 하였으며,
그의 철학 자체는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그는

“인간은 한계가 있는 존재이므로
영원히 살고 싶어 하지만 결국 죽고 만다.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

“늘 올바른 행위를 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이 세상살이 아니냐?

착한 일을 하려고 하면 악이 따라온다.
이렇게
절대 이율배반에 빠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며
현실은 아주 무상하고 허망한 것”
이라고 보았다.

야스퍼스철학은
제 2차 세계 대전 후 서양철학에서도
인간존재의 허망함과 위기에 대해서
깊이 다루게 된 실례이다.

중세기 서양철학에서는
“지(知)를 사랑해야 한다”고 했지만
근세에 이르러 이성적인 사고가 발달하자
“어떤 것이 참[眞]이냐,
어떤 것이 지(知)를 사랑하는 철학이냐”
를 묻게 되었다.

그러다 현대에 들어와
“무엇이 참다운 나의 존재이며 인생이냐”
를 묻게 되었다.

그러한 의문에서
야스퍼스 같은 실존철학자가 나오게 된 것이다.

야스퍼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인간의 현실은 무상하고
모든 이론체계는
이율배반에 빠지게 된다.
아무리 참구하려고 해도 깊이 들어가면
거짓이 따르고 좌절,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상황에서
비약하려고 노력할 때 절대의식이 나온다.
거기에 깊이 몰입할 때
자기의 참다운 존재를 각지(覺知)하게 된다.
이것은 명확한 사실이므로
우리는 철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 자유자재한 존재를 체험하게 되고
모든 것을 초월하게 된다는 것이
야스퍼스 철학이다.

실존철학의 껍데기는
불교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야스퍼스는
고통스럽고 허망한 현실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율배반에 빠지게 되는 인간의 이성
- 옳다. 그리다, 참. 거짓을 분별하는 -
이 작용해야 된다고 본다.

신비철학자인 플로티노스는
절대의 초월적인 경지에 도달한 것을 가리켜
“신과 인간의 합일(合一)”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야스퍼스는
그러한 신비주의에도 빠지지 않았다.

이성이 작용하므로
신비적인 합일에
빠지지 아니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또 이성의 작용으로
독단적인 형이상학에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오히려 역설한다.

이처럼 실존을 각지(覺知)하는
구경의 경지에서는
이성, 즉 의식이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

선(禪)에서는
인간의 감성. 분별. 이성도
모두 의식이라고 보는데,
화두를 참구해 나가면
그러한 의식이 모두 통일되어 순수하게 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정진하면 무의식이 되고,
무의식에도 머물지 않고,
그 무의식마저 초월하면
우리의 본래면목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견성(見性)한 부처자리에도
걸리지 않고 초월해 나가면
명확한 자리에서
살불살조(殺佛殺祖)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형이상학적 독단론에도 걸림 없이
인간의 본래면목을
완전히 해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야스퍼스철학은
분별하는 이성의 작용을
완전히 끊어 무의식까지 간 것이 아니라
분별하는 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인간의 근본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선禪에서 보면
중간상태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은
인간이 분별하는 이성을 완전히 끊고 전환해 버려,

이성과 감성을 초월하고,
이성과 감성이 자유자재하게 되살아난
원융무애한 전체적 인간, 우주적 인간,
자유자재한 초인간의 상태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이
초인간의 상태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선이라는 훌륭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 선으로 인류의 평화에
값지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선이라는 훌륭한 보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선법문을 하나 하겠다.



 고불(古佛)이라는 칭송받는

조주(趙州) 스님은
어려서부터 40여 년간
남전 스님을 모시고 공부하시다가
어려서 견성하였지만

육십이 넘어 행각에 나섰다.

요즘은
막 스님이 되어도 도인행세를 하지만
견성한 뒤 40년이 지나도록
60세에 행각을 떠나
80세에 조주(趙州) 관음원에
선원을 차리고 학인을 접하다가
120세에 열반하셨다.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물었다.

“제가 들으니 화상께서는
남전 스님을 친견하셨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조주 스님은
남전 스님을 40년간 모셨는데
친견하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 물음에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조주 스님이 답하시기를,

“진주에서는 큰 무가 많이 난다!”


여기에 대하여
설두(雪竇) 스님이 송(頌)하시기를

진주에 큰 무가 난다 하니
천하의 납승(衲僧)이 법문의 극칙으로 취하여
예나 이제나 이런 줄로 알고 있을 뿐
어찌 따오기가 희고
까마귀가 검은 것을 알리요.

도적, 도적이여!
납승의 콧구멍을 이미 꿰어 얻었도다.

설두 스님이
‘도적이여, 도적이여!’라고 했는데,
선에서는
깊은 경지에 이른 사람을 도적이라고 한다.

부처님도 조사도 도적이라고 한다.
그 도적들은
인간의생명을 영원한 생명으로 바꾸어 버린다.

‘납승의 콧구멍을 꿰어 얻었도다’
고 하는말씀은
‘남전 스님을 친견하셨습니까?’
라고 물은 스님만 코를 꿴 것이 아니라
모든 부처 조사까지도

다 꿰어 버렸다고 한 것이다.

(주장자를 한 번 치시고 말씀하시되)

알겠는가?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땅이다.
입 안으로는 밥을 먹고
콧구멍으로는 숨을 쉬도다.

(그리고 한 번
할(喝)을 하시고 말씀하시되)

시자야,
날씨가 매우 가무니
나와 함께 물을 길어 화초에 물을 뿌리자.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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