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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의 향기

언어 밖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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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양사 작성일21-10-17 05:13 조회8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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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밖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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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 맵시,
그림으로 그리려 해도
그리지 못하리니

깊고 깊은
규방에서 애만 태운다.

자주 자주
소옥을 부르지만
소옥에겐 일이 없고

오직 님께
제 소리를
알리려는 뜻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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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段風光畵不成
일단풍광화불성

洞房深處說愁情
동방심처설수정

頻呼小玉元無事
빈호소옥원무사

只要檀郞認得聲
지요단랑인득성


- 『소염시(小艶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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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그 유명한 당(唐)나라
현종(玄宗)의
애첩 양귀비(楊貴妃)와
안록산(安祿山)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 밖에서
다른 뜻이 있다는 의미를 찾아
선가에서 매우 빈번하게 인용하여,
깊고 오묘한 선의(禪意)를
언어 밖에서 찾기를
권하는 말로 잘 활용하고 있다.

소염(小艶)이란
처음 피려 할 때의
산뜻하고
아름다운 꽃송이를 뜻하는데,
양귀비를 일컬어서 하는 말이다.


양귀비는
서시, 왕소군, 초선과 더불어
중국의 4대미인 중의 한 사람이다.

양귀비는
현종의 지극한 총애를 받았다.

그러다가
안록산과 눈이 맞아
남몰래 자주 밀회를 하였다.

밀회를 할 때는
언제나 안록산을 부르는 신호로
자신의 몸종인
소옥(小玉)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면 안록산은 그 소리를 듣고
비밀통로의 문이 열려 있음을 알고
몰래 들어와서 만나곤 하였다.


이 시를 선의(禪意)로써 해석하면
“아름다운 그 맵시,
그림으로 그리려 해도 그리지 못하리니
깊고 깊은 규방에서 애만 태운다.”
는 말은
선자(禪者)의 선경(禪境)을 의미한다.

그 도리를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다.
설명도 되지 않는다.
마음으로 헤아릴 수도 없는 경지이다.

깨달은 이의
저 깊은 마음속에 있는 정경이다.

표현할 길이 없고
알릴 길이 없어 답답하고 한스럽다.

터뜨리고 싶어서 몸살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도 보고
몽둥이를 휘둘러도 본다.


임제 스님은
군인들의 막사에
재를 지내려고 갔다가,
보초를 서고 있는 졸병을 보고
법거량(法擧揚)을 한 적도 있다.

때로는 공양간에 가서
법을 거량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나그네를 보고
법을 거량하기도 한다.

누구든 말만 걸어오면
일상적인 이야기에도 법을 거량한다.


그러나
선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가면
그것은 백발백중 어긋난다.

부처를 물었는데
‘마른 똥 막대기’라고 하였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물었는데
‘뜰 앞의 잣나무’라고 하였다.

또 개가 불성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없다’고 하였다.

불법의 대의를 물었는데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팬다.

이러한 선자들의 말이나 행위들은
그 뜻이 다른 데 있다.

마치 양귀비가 소옥을 부르는 것이
소옥에게 있지 않고
안록산에게 있는 것과 같다.

시에서

“자주 자주 소옥을 부르지만
소옥에겐 일이 없고
오직 님께
제 소리를 알리려는 뜻이라네.”

라고 하였듯이.


선은 그 뜻을 모르면
밀교의 진언이나
주문 이상으로 비밀스럽다.

깊고 유현한 것이
또한 선의 남다른 맛이기도 하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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