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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의 향기

병든 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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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양사 작성일21-10-18 03:44 조회9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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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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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병든 비구여,

외로운 등불만
파손된 침상을 홀로 비추고 있네.

적막하고 쓸쓸하여
신음소리 처량한데

죽 한 그릇 먹으려 해도
도반에게 간청한다.

병을 앓는 사람은
슬픈 생각 더욱 많고

성한 사람들은
측은한 마음뿐일세.

피차가 모두
꿈 같은 인생이라
어찌 오래 보전하랴.

노승은
이 글을 써서
총림에 보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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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海無家病比丘 孤燈獨照破牀頭

사해무가병비구 고등독조파상두

寂廖心在呻吟裏 粥藥須人仗道流

적료심재신음리 죽약수인장도류

病人易得生煩惱 健者長懷惻隱心

병인이득생번뇌 건자장회측은심

彼此夢身安可保 老僧書偈示叢林

피차몽신안가보 노승서게시총림


- 『영암석각(靈巖石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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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어릴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특히
“사방에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병든 비구여,
외로운 등불만
파손된 침상을 홀로 비추고 있네.”

라는 구절에서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

세세생생
이 절집 안에서 살아왔으며
또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갈 것
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미 내가 경험한 일이며
곧 내가 겪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1962년 5·16이 일어나던
그 다음 해 봄부터 여름까지였다.

은혜사 강원에서 공부하면서
장질부사를 앓았던 경험이 있어서
이 집안의 인정을 잘 안다.


옛날 어떤 스님이 병을 앓으면서
몸의 아픔보다
더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이 있었던가 보다.

영암산이 어디인지는 모르나
영암산 석벽에 새겨진 글이라고 전한다.

스님들의 병간호에
힘쓰라고 부탁하고 있다.

그 글의 원래 제목은
‘영암석각 면승간병
(靈巖石刻 勉僧看病)’
이라고 되어 있다.


특히 우리같이
동진출가 한 사람들은
동서남북 그 어디를 돌아보아야
가깝게 아는 사람 하나 없다.

도반도 친구도 병을 앓으면
모두 가까이 하지 않는다.

혹 오랜만에
어떤가 싶어서 간병실에 와도
문만 열고
무언가 한마디 던지고 가버린다.

간병소임을 보는 사람까지도
방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마지못해 문 앞에
죽 한 그릇 밀어 넣고 가버린다.

그래서 절에서는
상여가 나가면 그때에야
“그 사람 언제 아팠던가.”
라고 한다는 말이 전해 온다.

참으로 모진 생각을 하지 않으면
중 노릇 하기 어렵다.

또 어쩌면
이 맛에 중 노릇을 하는 지도 모른다.


사람은 아프면
슬픈 생각만 더 들게 마련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온갖 번뇌가 다 일어난다.

성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측은할 뿐이다.

달리 어떻게 할 길은 없다.

알고 보면
누구나 이 몸뚱이 무상하기는 일반이다.
모두가 머지않아 다 경험할 일이다.

그래서 노스님이
석벽에 새겨두어
총림에다
경고문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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