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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의 향기

한가로이 산림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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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양사 작성일21-10-20 04:03 조회9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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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이 산림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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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이 산림에 누워
세상일 다 잊었는데

부생이 무엇 때문에
억지로 명리를 구하는가.

두견새도 잠이 든
삼경의 깊은 밤에

시냇물 소리와
밝은 달을 좋아할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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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臥山林萬事竟
한와산림만사경

何須浮生强求名
하수부생강구명

杜鵑啼歇三更夜
두견제헐삼경야

但愛溪聲與月明
단애계성여월명


- 태고보우(太古普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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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된 경지다.

산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보는 사람이 산이 된다는 말이 있다.

자고로 동양인들은
자연과 자신이 동화가 되어
서로 나누려야 나눌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을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고 보았다.

생활도 그래야 하지만
우선 마음이 그러해야 한다.

마음이 그와 같은 경지가 된 것을
도인의 사람, 신선의 삶이라고 보았다.


태고보우
(太古普愚, 1301~1382) 스님은
일찍이 승과에 급제한 뒤,
다시 중국에 건너가서
석옥청공(石屋淸珙) 스님의
임제종 선법을 전수받아 와서
우리나라에 전한 분이다.

스님은 공민왕의 왕사가 되었으나
정치승 신돈(辛旽)의
질시를 받기도 하였다.

뒷날 국사(國師)에까지 올랐으나
명예와 이익에는 뜻이 없었다.

마음속에는 언제나
모든 일 다 잊고
한가하게 두견새 소리마저 멎은
정적을 누리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이라곤
오직 시냇물 소리와 밝은 달빛뿐이었다.


시의 내용은 처음에는
산림에 누워
세속적인 명리를 다 떠난
경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속제(俗諦)를 초월하였다.

다음으로는
공적한 마음의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

즉 쌍차(雙遮)인 절대부정이다.

다음으로
시냇물소리와 밝은 달은
절대 긍정인 쌍조(雙照)를 보였다.

그래서
이상적인 중도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구성된 글이다.

간혹 선시를
이렇게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고로 사족을 달아 보았다.

그러나 이런 시를 읽고는
그냥 읽는 순간
가슴이 서늘하게 텅 비어지면 그만이다.

선리(禪理)를 붙여서
중언부언하는 것은
오히려 시의 감흥을 떨어뜨린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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